#EPL 38R 크리스탈 팰리스 VS 맨유 - 1:0
국내 시각으로 5월 23일 00시, 크리스탈 팰리스의 홈구장 셀허스트 파크에서 맨유의 리그 최종전 38라운드 경기가 열렸습니다.
전반 37분경, 페르난데스가 후방으로 처리한 볼이 윌프리드 자하에게 연결되며 팰리스의 찬스로 이어집니다. 자하는 달롯과 린델뢰프를 앞에 둔 상태에서 여유 있게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고 이 득점이 결승골이 되면서 경기는 팰리스의 1:0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이날 프리미어리그 모든 팀들이 시즌 최종 라운드를 펼쳤고 6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위해 맨유와 웨스트햄 모두 승리를 필요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패배하면서 맨유가 웨스트햄에 승점 2점 앞서며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획득하게 됐습니다.
#반전 없던 결말
대퇴부 부상을 이유로 호날두가 결장한 맨유는 카바니를 최전방에 배치했고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어린 선수들을 대거 명단에 포함 시켰는데 4-2-3-1 포메이션의 양쪽 날개에는 엘랑가와 메브리가 선발 출전했고 페레이라, 쇼레티레 등도 교체 투입되며 기회를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맨유는 점유율에 비해 많은 기회 창출하지 못했고 그마저도 부정확한 마무리로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는데 특히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옐로카드를 수집한 한니발 메브리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 30라운드 교체 투입되어 10여 분간 플레이했던 리버풀과의 경기에서도 퇴장에 가까운 파울을 두 번이나 범했었는데 좋게 말하면 볼에 대한 집중력과 넘치는 승부욕 정도로 포장되겠지만 결국 팀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플레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FC 트벤터에서 아약스로 이적했을 무렵 하킴 지예흐의 모습과 오버랩됐는데 유망주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텐 하흐 감독이 메브리의 멘탈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텐 하흐 감독의 숙제
이번 시즌 아약스에게 리그 우승이라는 선물을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작별한 텐 하흐 감독은 다가올 시즌부터 맡게 될 맨유의 최종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했고 그만큼 이날 중계 카메라에 많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자하의 선제골 이후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고 계속해서 많은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중 랑닉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던 맨유지만 EPL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승점(56점)으로 마무리한 실망스러운 시즌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중 수비 라인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은 마지막까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팀을 완전히 뜯어서 조립할 생각을 하고 있는 텐 하흐 감독의 머릿속은 누구보다 복잡했을 겁니다. (한 시즌 57실점으로 맨유 역대 최다 실점을 기록하게 됐는데 이 기록은 시즌을 18위로 마무리하며 강등된 번리의 시즌 실점(53점)보다도 높은 수치.)
개인적으로도 리그 후반부 맨유의 경기에서 더 이상 기대점을 찾기 힘들었던 만큼 최종전을 승패와 상관없이 관전했지만 찝찝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같은 시각 벌어진 토트넘의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2골을 몰아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5대 리그 득점 왕을 차지했고 이는 EPL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하는 꾸준함 속에 페널티킥 득점 없이 수상한 골든 부트였기에 더 큰 값어치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No. 10 윌프리드 자하 평점 7.8
시도한 슈팅 2개를 모두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며 그중 하나를 결승골로 기록한 윌프리드 자하가 경기의 수훈 선수로 선정됐습니다.
맨유만 만나면 항상 기본 이상의 경기력을 펼치는 자하는 퍼거슨 경의 마지막이었던 2013시즌 맨유에 영입됐던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후임 감독이었던 모예스, 반 할에게 외면당하며 크리스탈 팰리스 임대를 선택했고 1년 후 정식 이적을 통해 지금까지 한 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적 초반에는 기복 있는 플레이와 잦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팀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며 꾸준히 최대 득점자로 기록됐기 때문에 2019시즌 장기 재계약에 성공하며 팰리스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지만 당시 감독이었던 호지슨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급격하게 공격포인트가 하락했고 곧 태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라운드 밖에서는 특별한 문제 없이 지내고 있던 자하였고 선발 출장했을 때와 아닐 때의 팀 경기력 차이가 확연했던 만큼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자하의 반박자 빠른 슈팅과 좁은 공간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짧게 치는 드리블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일각에서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팰리스가 자하를 매각할 의향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간 내심 이적을 바랐던 자하가 어느 팀을 원하고 있는지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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